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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칼럼

[6월 A매치] 한국 - 이란. 백승호 발견, 불안한 수비

4백 선택, 달라진 경기력

지난 7일 호주와의 평가전과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 대표팀이다. 그 원인은 기존에 썼던 4백으로 전환이다. 3백에서 빌드업은 매우 불안했다. 윙백은 3선보다 올라가서 후방 빌드업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주세종과 황인범이 호주의 전방 압박에 대해 이겨내지 못하면서 지루한 경기가 이어졌다.

4백으로 돌아온 이란 전에서는 풀백이 좌우 사이드를 버텨주고 윙어들도 후방 빌드업에 참여하면서 이란의 압박을 효율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3백 전술은 적응이 더 필요해 보인다. 어쨌든, 경기는 다이내믹해진 대신에 수비가 약해지는 반작용이 있었다. 황인범과 백승호도 수비적 역할에 부족함이 있는지라 이란에게 많은 중거리 슛을 내주었다.

골키퍼 경쟁 계속, 백승호 첫 출전

벤투 호의 골키퍼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호주 전에서 선발로 나온 김승규와 오늘 이란 전에 나온 조현우가 불꽃튀는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조현우의 경기력이 완전하지는 않았다. 킥 미스도 종종 있었고 실점 장면에서도 볼 처리를 위해 애매하게 골문을 비우고 달려 나오면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다. 9월 월드컵 예선 주전 키퍼는 김승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첫 성인 대표팀에 데뷔한 백승호는 처음 출전이 아닐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수비형 미들로 나와 아쉬운 면은 있었으나 볼을 다루는 기술이나 태클은 흠잡을 것이 없었다. 수비형으로 쓰기에는 수비에서 판단력이 좋지 않았다. 한 칸 전진해서 썼으면 좋을 뻔했는데 황인범의 자리가 굳건했다.

이란은 주포 아즈문이 부상으로 빠지고 2옵션인 아미리도 교체로 나오면서 공격 쪽에서 힘이 많이 빠졌다. 자한바크시가 분전했으나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3선에서 기회가 생겨 중거리 슛이 자주 나왔다. 아즈문과 아미리가 정상 출전했으면 더 재밌는 경기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도 김민재의 상대는 없었다.

대한민국에 맞는 옷- 투톱

그동안 대한민국의 원톱은 대부분 고립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역시, 투 톱으로 나오면서 공격력이 올라간 모습. 황의조도 파트너가 생기자 공격 부담을 내려놓고, 볼을 많이 만질 수 있었다.

오늘 이란도 수비 라인을 완전히 내려놓고 역습에 치중하는 모습을 버리고, 밸런스 있는 경기 운영을 가져가면서 대한민국에 최후방 라인 공간을 내주었다. 대한민국은 이 공간을 활용해 투톱 황의조와 손흥민이 침투하면서 이란을 괴롭혔다.

효과가 100%였다. 슈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이드에서 전진성을 확보해 지지부진한 중앙 빌드업을 한 번에 해결했고 크로스, 중앙 전환으로 공격 기회를 계속 만들었다. 그리고 볼을 빼앗긴 이후에 바로 전방 압박을 들어가면서 이란의 역습을 저지하고 상대 진영에서 볼 소유를 오래 가져갈 수 있었다.

아시안컵 이후로 2선 선수가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 부분만 정리되고 조직력만 높인다면, 월드컵 2차 예선은 쉽게 돌파할 것으로 생각한다.

수비 문제는 여전, 선수들의 헌신 필요해

4-4-2 수비 포맷의 약점은 2~3선 사이 공간의 커버이다. 위 사진을 보면, 센터백은 상대 공격에 묶여있고 우측면의 이재성과 이용은 상대 윙어에 묶여있다. 이렇게 되면, 세컨 스트라이커였던 타레미는 노마크가 된다.

이런 장면은 순식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센터백이나 중앙 미드필더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 중앙 미드필더들은 수비적 역량이 부족했고, 김민재와 김영권이 수비 부담을 온전히 맞이했다.

+ 황인범, 백승호의 수비 판단

4-4-2 포메이션의 근본적 약점과 더불어, 오늘은 중앙 미드필더의 수비 판단이 미숙했다. 센터백 보호를 위해 내려갔던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타이밍이 늦어 이란에게 슈팅 허용을 자주 했다.

결과적으로 실점하지 않았지만, 골대를 맞거나 노마크 슛을 내주는 수비적으로는 위험했던 상황이 있었다. 역시 황인범을 쓸 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백승호, 황인범 조합은 공격을 풀어가기엔 기술적으로 좋았지만, 역습 저지와 수비 판단력에서는 부적합했다.

다시, 역습에서 황인범의 피지컬 한계가 오늘 경기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체적 조건이 좋은 이란 선수들이 역습으로 밀고 나오자 황인범은 커트를 실시했으나 몸싸움에서 밀리고 상대 바디 페인팅에 한 번에 뚫리는 중앙 미드필더로서는 치명적인 모습을 보였다.

냉정히 보았을 때, 황인범은 중앙 미들보다는 수비 부담이 적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나은 포지션 같다. 그러나, 현재 투톱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을 수만 없다. 벌크업과 수비 능력 향상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재성의 사이드 미드필더 기용도 확신을 주지 못했다. 이재성의 수비적 장점은 많은 활동량으로 부족한 수비 스킬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이재성의 스태미나는 정상이 아니었고, 이용도 안 좋은 수비 판단을 간혹 보이면서 대한민국의 우측면이 전반전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공격 연계 부분에서는 건드릴 게 없었지만, 수비적으로 불안했다. 아마도 권창훈이 돌아온다면, 이재성이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음 경기는 9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놓고 펼쳐지는 2차 예선이다. 손흥민, 김민재, 김승규로 이어지는 척추 라인은 튼튼한데 가운데 미드필더가 아직 불안하다. 대표팀의 약점인데 K리그를 보나 해외를 보나 대체 자원이 딱히 없다.

남은 기간 동안 벤투 감독이 약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최선의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