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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스트 수상자의 FC서울 리뷰] FC 서울 - 대구 FC

저뫼 2020. 9. 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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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스코어

22R, 스플릿 되기 전 마지막 경기였다. FC서울은 이겨야 상위 스플릿에 올라갈 수 있었으나 대구와 홈에서 0-0으로 비기며 하위 스플릿으로 가야만 했다.

 

두 팀 모두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보는 맛은 떨어졌다. 서울이 경기를 끌고 갔지만 서울 역시 라인을 높게 올리는 등의 공격적인 전술은 사용하지 않았다.

 

대구는 미드필더를 3명 넣어서 데얀과 세징야를 살려주려고 했지만 쉽게 볼을 잃어버리고,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서울 때문에 점유율을 가져오기 힘들었다.

 

FC 서울의 빌드업, 안정적이기만 했다.

 

한 경기로 스플릿이 갈리는 경기라 FC 서울은 소극적이었다. 과감한 전진 패스가 아닌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대구 FC를 끌어내려고 하였다.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오히려 대구에게 전방 압박을 당하며 위협적인 상황을 노출하기도 했다. 김남춘의 패스 미스는 실점으로 이어질 뻔하였다.

 

빌드업 다음이 없었다

 

후방에서 기회를 노리는 것은 좋았다. 볼을 소유하면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으므로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선 움직임이 너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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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과 조영욱이 빌드업 참여를 위해 내려왔다.

측면에 있었던 선수들은 가만히 있기만 했다.

대구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장면은 박주영과 조영욱이 빌드업에 가담하기 위해 미드필드 부근으로 내려온 것이다. 서울은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두어 수비적으로 나왔다. 그래서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기 어려웠다. 공격수들이 내려와 패스 위치를 만들었다.

 

이 과정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예를 들면, 리버풀의 피르미누가 미드필더로 내려와 볼 배급에 관여를 하고 살라나 마네에게 패스를 넣어주며 공격 기회를 창출한다. 강한 팀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이며 양 윙어의 공격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효과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서울은 마네와 살라 같은 움직임이 없었다. 공격수가 미드필더로 내려갔음에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정적인 모습은 공격 기회를 만들 수가 없다. 한승규나 정한민 선수 중 한 명만 점선 화살표 방향으로 들어갔다면 다양한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

 

K리그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2차 움직임이 없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템포도 쳐지고 뛰는 선수보다 걷는 선수가 더 많다. 이렇게 되면 보는 맛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FC 서울은 하위 스플릿에서 고전하지 않으려면 이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

 

그럼에도 FC 서울은 발전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 시절은 기본 전술을 가지고만 경기에 임했다. 바뀐 김호영 감독 대행은 상대마다 전술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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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패스

FC 서울은 5백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5명의 수비수가 있는 3선 라인은 두꺼운 대신 3명 밖에 없는 미드필드에 문제가 있다. 위 사진처럼 한 쪽 사이드에 선수가 모여있으면 자연스럽게 반대 측면에 크게 열린다. 미드필더 1명이 없는 공간이 이렇게 크다.

 

크게 반대편으로 돌리는 패스는 한승규가 맡았다. 볼 키핑도 좋고, 킥 세기도 있어 역할을 잘 수행해 주었다. 다만, 반대 측면을 공략할 풀백이 소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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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래핑 타이밍에 나가지 못한 풀백

측면 공간이 열리는 것을 알고 한승규가 여러 차례 볼을 잡고 측면을 보았다. 그러나 풀백의 오버래핑 타이밍이 늦어 대부분 패스는 센터 라인 아래로 향했다. 빨간색 공간에 있어야 대구 수비를 흔드는 게 가능한데 뒤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었다.

 

한승규도 답답한 나머지 팔을 크게 돌려 나가라고 하였지만 풀백은 신호에 답해주지 않았다. 대구의 5백을 뚫기 위해서는 풀백의 역할이 중요했다.

 

풀백이 소극적이었던 것은 두 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감독의 지시가 있다든지, 체력 부담으로 인해 전진할 수 없었던 것이 든 지이다. 개인적으로 전자보다는 후자가 맞을 것이다. 주중 인천과의 경기도 있었고 무엇보다 실점을 하지 않는 게 먼저였으니 쉽게 오버래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축구 역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작은 위험을 막고자 수비적으로 나온 결과가 무승부이다. 문제는 수비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대구가 골을 넣을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위협적인 슈팅은 대구 쪽에서 더 많이 때렸다.

 

스플릿 시기, 강등 순위와 단 4점 차

 

자동 강등하는 12위 인천과 승점 차는 7점,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11위 수원과는 4점 차이다. 남은 경기는 5경기, 두 경기만 삐끗해도 강등권 돌입이다. 2018 시즌의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더 강한 승리욕이 필요하다.

 

용병이 없고, 감독이 임시라는 것을 핑계 삼으면 안 된다. 2부 리그는 아니지 않나? 2부로 가면 이 글을 다시 쓰기 싫어질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