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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리그 리뷰: 20R FC서울 - 제주 유나이티드

저뫼 2019. 7. 11. 15:31

터질게 터진 경기

그동안 운이 따랐던 FC서울이었다. 3일 만에 경기를 하면서, 약점이었던 부분이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고요한과 알리바예프의 체력 저하가 심했고, 센터백 역시 집중력이 떨어져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

오랜만에 홈으로 돌아온 제주는 오늘 경기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FC서울의 센터백 수비력이 약한 것을 알고 역습 전술에 집중하여 경기 초반부터 기세를 잡을 수 있었다. 또한, 에이스 윤일록이 살아나면서 향후 경기에 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인천에서 이적한 남준재도 제주에 활력을 불어넣고 골까지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부분 로테이션, 결과는 실패

지난 강원 전과 비교해 박주영, 윤종규, 이웅희를 빼고 부분 로테이션을 감행한 최용수 감독이다. 그러나 결론은 실패였다. 조영욱은 박동진과 동선이 겹치며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였고, 좌측 윙백으로 투입된 김한길은 올라가고 내려오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위치를 바꾼 고광민의 자리에서 실점이 일어난 것은 패인이었다.

고광민은 담당 마크맨이었던 윤일록의 스피드를 잡아내지 못하면서 선제 실점을 허용한 장본인, 그리고 공격에서도 기대 이하였다. 윙백 백업 자원이 약한 게 오늘 경기 발목을 잡았다.

제주는 외국인 공격수를 모두 빼고 국내 자원을 투입, 오히려 조직력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초반부터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창민이 공격 가담을 줄이고 윤일록, 서진수에게 맡긴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서진수가 볼을 운반하고 윤일록이 결정적인 패스와 마무리를 지었는데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황성민 키퍼도 안정적인 세이빙으로 제주 승리에 보탬이 되었다. 외국인 선수만 팀에 녹아든다면, 반등의 기회는 여전히 있는 제주이다. 반면, 서울은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실점을 한 이유를 찾고 새롭게 정신무장을 할 시기이다. 전반 초반 서울 선수들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안일했다. 긴장감이 없는 것이 지난해 속절없이 무너졌던 시기를 다시 본 것 같았다.

제주 수비 전술의 포인트

FC서울은 제주 수비에 당했다. 서울의 측면이 약한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최윤겸 감독이었다. 김한길, 고광민의 공격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중앙 수비를 두텁게 서면서 서울의 빌드업을 측면으로 몰았다. 좌우 윙백에게 볼이 전달되는 빈도가 많았음에도 밋밋한 패턴이 많았다. 특히, 스피드, 1:1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한 점이 컸다.

측면 활로가 막히니 중앙 밖에 답이 없었는데 중앙은 철저히 막히면서 선택지가 줄어든 FC서울이었다. 3-5-2 전술에서 키포인트가 돼야 하는 포지션이 윙백과, 투 톱이다. 윙백 옵션의 영향력이 적어서 그동안 페시치 의존도가 심했었다. 그가 부상으로 나가면서 득점을 하고는 있지만, 공격력이 약해진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박동진이 풀어줬던 전반전

지난 강원 전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미드필드에서 숫자 싸움을 이기지 못해 패스 플레이를 이어가지 못한 서울이었다. 최용수 감독도 이를 간파하여 포워드인 박동진을 내려보내면서 볼 점유를 늘리고 빌드업을 이어가려고 했다.

경기에서도 박동진이 고광민에게 패스를 하고 앞선에 있는 알리바예프에게 연결해 상대 박스 근처까지 효과적인 패턴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없었다. 알리바예프가 패싱, 스루패스, 슈팅력은 있지만 탈압박 능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변 동료들의 지원이 있어야 되는데 수비적 포메이션인 서울은 파이널 서드에서 선수가 상대보다 부족하기 마련이다. 과정에 비해 결과물이 아쉬웠다.

오히려 한 번에 가는 게 나았다

박동진의 빌드업 가담이 효과는 좋았지만, 활동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자주 활용할 수 없었다. 중앙을 통한 빌드업이 어려웠기 때문에, 선택지는 제주의 3선 뒷공간을 노리거나 측면 돌파밖에 없었다.

그러나 3선에서 1선으로 이어지는 다이렉트 패스가 생각보다 잘 들어가면서 제주의 수비 밸런스를 흔들 수 있었다. 조영욱, 박동진에게 이어진 공을 투톱이 연계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 내면서 슈팅 찬스도 만들었다.

문제는 서울의 선수들이 이 패턴을 자주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실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고 제주의 체력이 저하되는 후반 중반부터 경기를 이끌어 가는데 성공했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역습을 당해 어려움을 겪었다.

잘 되는 것에 더 집중했어야 하는데 골이 급해서 밸런스가 깨져 오히려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 다행히, 전반에 비해 박주영이 후반에 들어와 경기력 상승에 도움이 된 점은 긍정적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박주영이 없으면 경기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드러난 것은 박주영-페시치를 남은 기간 동안 건강히 보존해야 순위 유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떨어진 미드필더의 체력을 어떻게 올릴 수 있는 고민해야 한다. 과거 최용수 감독의 인터뷰를 봤을 때, 여름 이적 시장에서 외부 영입은 힘들 것이라고 느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한다. 중앙 미드필더의 로테이션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다음 경기는 13일(토) 인천 원정 경기입니다.

오후 7시에 시작하고 승점을 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후 전북, 울산을 연달아 만나기 때문에 반드시 승점 3점을 확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