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리그 리뷰 26R: FC서울 - 성남FC
답답하시죠?
성남FC가 이긴다고 예상한 사람은 적었을 것이다. 못해도 무승부를 생각했을 것이다. 서울은 지난 강원FC 전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골맛을 보지 못했다. 꾸준히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는 페시치뿐이고, 박주영, 박동진은 골을 넣으면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확실하지 않은 공격수이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한 선수는 오스마르와 박동진이다(각 3회). 오스마르는 수비형 미드필더이고 박동진이 쏜 슈팅 중 위협적인 것은 없었다. 앞선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 그동안 세트피스에서 많은 골이 나왔는데 요새는 세트피스도 시원치 않다.
성남FC는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부족한 공격 라인에서 득점을 성공시켰고, 수비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올 시즌 승격해 강등이 유력한 팀이 성남이었는데, 강등권에서는 멀찌감치 벗어난 것 같다. 잡음이 약간 있어도 남기일 감독의 지도력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경기 효율을 높인 성남의 '3-4-3'
지난 5월 경기에서 성남은 3-5-2로 나왔다. 그리고 박동진, 오스마르, 페시치의 활약으로 3-1로 패배했었다. 1선에서 투톱이 오스마르와 센터백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최종 수비 라인 뒤로 오는 FC서울의 로빙 패스를 막아내지 못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포메이션 변화를 주어 3-4-3 포메이션으로 바꾸어 3톱이 오스마르와 센터백의 패스를 방해해 서울이 성남의 뒷공간을 공략하지 못하게 했다. 효과적이었다. 자유롭지 못했던 오스마르는 백패스나 횡패스 밖에 할 수 없었다. 지난 경기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한 패턴이 막히면서 서울의 공격력도 반감되었다.
남기일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 통한 것이다. 반면, 최용수 감독은 올 시즌 포메이션 변화가 없었다. 3-5-2를 고수해 수비 안정성을 지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성남의 전술적 선택에 효과적인 대처 전술을 내놓지 못하면서 무기력하게 지고 말았다.
실점 이후 변화를 준 것이 박동진을 빼고 윤주태를 넣은 것과 오스마르를 전진배치해 제공권 싸움을 가지게 한 것이다.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소극적 반응이었다. 서울의 서브 자원이 빈약한 것은 맞지만, 이기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것이 아쉽다.
올 시즌 서울의 공격 컨셉
골은 기록하지 못했어도 성남FC의 박스 근처까지는 잘 진출했던 서울이었다. 그러나 박스 근처에서 우물쭈물한 태도를 보이면서 공격 기회를 쉽게 잃었고 곧바로 성남에게 역습을 허용했다.
기본적으로 패스 템포가 너무 느리다. 프리미러 리그에 비해 패스 속도가 현저히 낮다. 보는 사람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느린 템포의 패스는 수비수들이 볼을 빼앗기 좋게 만든다. K리그 전체에 이런 경향이 있어 아쉽다.
그리고 윙백의 오버래핑 타이밍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스마르가 수비에 치중해 공격 가담에 한계가 있다. 오스마르의 볼을 받기 위해 고요한이나 알리바예프가 미드필드로 내려와야 하는데 그러면 전방에 3명 밖에 남지 않는다. 더군다나 5백이었던 성남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공격에 참여하는 사람을 늘렸어야 했다.
그래서 윙백의 공격 가담이 문제였다. 김한길과 후반에 투입된 윤종규의 오버래핑이 늦거나 높이가 낮아서 서울 공격 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김한길은 미드필드에서 돌파를 시도하면서 더 높은 곳에서 해야 할 플레이를 엉뚱한 곳에서 하고 말았다.
측면 지원이 약한 편이다. 과감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해주었으면 좋겠다. 상대는 약팀인 성남이었다.
공격 조직력은 여전히...
박스 근처에서 빠른 템포의 패스가 나오지 않자, 별다른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 선수들의 성향 파악이 덜 된 것일까? 중요한 위치에서 패스 미스를 남발한 FC서울은 스스로 무너졌다.
성남의 좌측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패스 미스를 한 윤종규 덕분에 성남의 역습이 전개되었고, 문상윤이 멋진 왼발 중거리 골로 마무리 지었다. 패스 미스 한번에 승점 3점을 잃었다. 여전히 공격 조직력이 아쉽다.
고요한의 드리블 능력, 알리바예프의 볼 간수 능력과 킥. K리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 지표가 낮은 것은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고요한은 개인 돌파에 힘을 쏟고, 알리바예프는 박스 근처에서 패스 이후 2차 움직임이 아쉽다.
최근 2선 공격수들의 공격 포인트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들은 제한된 기회에서 공간을 만들고 슈팅을 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고요한과 알리바예프는 기대만큼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이 박스 근처에서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다. 시즌 6개월 차인데 공격은 여전히 개인 능력에 의존한다. 한 경기에 5차례만 좋은 패스와 움직임만 나오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롤 모델: 울버햄튼
FC서울의 본받아야 하는 모델이 프리미어 리그의 울버햄튼이다. 울버햄튼 역시 포메이션을 3-5-2 사용하고 있다. 서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포워드와 윙백의 활동량이 많은 것이다.
먼저, 윙백은 공격 가담과 동시에 수비 시, 미드필드의 공백을 메우는 등 많은 역할을 가지고 있다. 레프트 윙백 조니 카스트로는 엄청난 활동량과 날카로운 오버래핑을 통해 울버햄튼에 공헌하고 있다. 라이트백 맷 도허티도 수비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울버햄튼의 포워드는 수비도 적극적으로 한다. 조타와 히메네스는 최전방 공격수이지만, 필요에 따라 미드필드 수비를 지원하며, 미드필드 수비 밸런스를 맞춰준다. 그만큼 3-5-2 시스템에서 미드필드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FC서울의 윙백과 최전방 공격수는 어떤가? 훨씬 적은 임무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울버햄튼의 윙백은 역동적인데 반해, 서울의 좌우 윙백은 밋밋한 감이 많다.
최전방 역시 수비 가담은 최소화 한 채, 공격에 집중한다. 수비적 3-5-2를 쓰는 이상 역습 시에 순도높은 공격을 가져가야 하는데 FC서울의 역습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세트 피스와 지공 시 개인 능력에 의한 득점이 많다.
울버햄튼의 투톱은 조타와 히메네스인데, 둘의 역할은 상반된다. 조타가 역습시 빠르게 나가면서 돌파를 통해 공격 기회를 만든다. 히메네스는 반대로 지공 시에 후방에서 날라오는 볼을 키핑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올 시즌 FC서울의 주전 투톱은 페시치와 박주영. 190cm의 페시치는 피지컬을 활용하기 보다 돌파를 선호하고 박주영은 전방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한다. 울버햄튼의 투톱과 전혀 다르다. 역습 상황에서 투톱 전술을 활용하기 좋지 않는 상성이다.
최용수 감독이 차기 시즌에도 3-5-2 포메이션을 활용하려면, 윙백과 최전방의 변화 또는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