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리그 리뷰: 27R FC서울 - 제주 유나이티드
FC서울이 돌아왔다
슈팅 10개. 유효슈팅 3개. 점유율 35.7%. 12팀 중 11위인 제주에게서 가져온 기록이다. 심지어 제주의 경기력이 좋지도 않았다. 오히려 2-4로 패배한 지난 경기보다 제주의 경기력이 저하되어 있었다. 직전 경기인 성남에게도 0-1로 졌는데 깊은 슬럼프가 찾아온 듯하다.
1차적으로 경기 긴장감이 떨어진 서울이다. 느릿한 패스, 애매한 압박 강도, 서로 미루는 센터백 6개월 만에 작년 팀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체력 부담으로 온 경기력 저하는 아니다. 1,2위 승점 차가 벌어져 동기부여를 잃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올 시즌 FC서울의 가져야 할 마음은 도전자의 자세였다. 이런 식으로 경기를 대하는 태도를 보이면, 돌아온 팬들을 다시 실망시키는 것이다. 3위를 한다고 생각이 바뀐 걸까? 한 발 더 뛰는 자세, 열정적 플레이가 FC서울에게서 보이지 않는다. 정말 실망스럽다.
반면, 오늘 보인 제주의 경기력은 강등이 예상되는 모습이었다. FC서울과 마찬가지로 의욕이 없고 조직적 움직임이 아닌 개인플레이로 일관하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분명 제주의 스쿼드는 강등권에서 놀 수준은 아니다. 승리라는 눈앞에 닥친 성과보다는 팀 케미스트리를 회복하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할 것 같다.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따로 놀면서, 시너지가 나오지 않고 있다.
포워드 뎁스 붕괴
박주영, 조영욱이 다치면서 빈약한 포워드 뎁스가 쪼그라들었다. 백업으로 나온 박동진을 붙박이로 쓰기에도 부담이 있고, 최근 골 감각도 떨어진 상태였다. 결국, 윤주태 카드를 뽑아든 최용수 감독이었다.
윤주태는 주전감이 아니었다. 슈퍼 서브로 활약하던 시기보다 스피드도 죽고 슈팅 타이밍도 한 박자 늦어서 공격수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이번 경기에도 코너킥에서 골을 넣었지만, 오픈 플레이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페시치에게 매달려 가는 수준이었다.
아마도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이핑 상태만 보아도 윤주태 역시 정상 컨디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여름 이적 시장에서 임대 이적이 많았는데, 서울 프런트의 움직임이 없었던 게 아쉽다.
제주는 4-4-2 포메이션을 쓰면서 포메이션의 장점을 쓰지 못했다. 마그노와 이근호는 수직적 움직임만 가져가면서 5백이었던 FC서울의 수비 밸런스를 깨지 못했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로 나온 이창민과 강윤성은 앞선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제한적이어서 할 일이 없었다.
지난 경기에 썼던 4-3-3 포메이션이 훨씬 제주의 경기력이 나았다. 좌우 측면도 자주 활용하고 남준재, 윤일록이 윙어로 나와서 서울의 수비를 크게 흔들었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최윤겸 감독이 여러 전술을 사용해 보는 것 같은데 4-4-2 포메이션은 제주의 옷에 맞는 것 같지 않다.
살아나는 페시치
지난 경기보다 경기장 장악력을 가져갔던 페시치였다. 미드필더에서 빌드업에 관여하고 박스 근처에서는 피벗 플레이를 통해 서울의 공격을 이끌었다. 좋았던 모습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페치시의 피벗 플레이가 좋았기 때문에 2선 미드필더였던 정원진에게 좋은 패스와 기회가 났으나 슈팅을 날리기엔 2% 정도 킬 패스가 길거나 짧았다. 호흡을 맞출 기회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페시치를 활용하지 못했던 서울이었다. 전방 패스는 느리고, 패스 미스가 많아서 페시치에게 전달되는 볼 횟수가 적었다. 좋은 공격수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페시치에게 양질의 패스만 들어갔어도 지금쯤 타가트와 득점왕 경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의 압박 강도도 굉장히 낮았다. 여유롭게 패스할 상황이 많았지만, 어이없는 패스 미스가 너무 많았다. 이기라고 떠먹여 주는데, 서울이 배부르다고 뱉어낸 꼴이 되었다.
장점을 살리지 못한 제주
서울도 쉽게 풀어갈 경기를 놓쳤지만, 제주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드러난 대로 FC서울의 약점은 측면이다. 측면을 공략했어야 했는데, 중앙을 고집하면서 전반에는 단 1 차례 슈팅만 할 수 있었다.
위 사진을 보면, 중앙에 볼이 있고, 윙어가 서울의 윙백을 붙잡고 있으면 제주의 풀백은 노마크 상태가 된다. 이런 수 싸움에서 유리한 구도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했으나, 제주는 중앙만 붙잡고 늘어지면서 무의미한 공격을 이어나갔다.
움찔했던 뒷공간 공략
제주 진영에서 볼을 자주 빼앗긴 서울은 제주 역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제주가 뒷공간을 노리는 킬 패스를 넣어주며 결정적 상황을 만들어 냈으나 마그노와 이근호의 득점력은 무언가를 기대하기엔 부족했다.
특히, 마그노는 전반 19분 유상훈과 1:1 찬스를 맞이했으나 득점까지 연결하지 못하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공격, 수비 어느 것도 만족할 만한 부분이 없는 제주이지만, 공격 라인의 파괴력이 너무 떨어진다. 수원에서 임상협을 데려왔으나 그 역시 수원에서 전력 외 취급을 받은 선수일 뿐이었다.
오사구오나도 피지컬은 강력한데 비해 득점력은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강등권 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