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2019 K리그 리뷰: 30R FC 서울 - 포항 스틸러스

저뫼 2019. 9. 21. 22:21

날씨도 안되고 경기도 안되고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우천 속에서 경기를 치른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였다. 다만, 포항은 날씨 변수를 이겨내고 준비한 것을 보여주었고, 서울은 지난 인천전과 다를 바 없이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쯤 되면, 올 시즌 동안 보여줄 건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승점을 벌어두어서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으나 3위 자리는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이명주-주세종이 돌아왔어도 공격력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남은 8경기는 세트피스와 선수 개인 능력에 온전히 기대해야 득점이 나올 것 같다.

포항은 주춤했던 경기력이 다시 올라오고, 여름 동안 새로 영입된 외국인 선수들이 적응해 가면서 조직력이 회복된 듯하다. 포항은 이번 경기를 이기면서 상위 스플릿 도전에 동력을 받았다. 6위 수원과 승점 1차 밖에 나지 않는다. 이번 경기와 같은 경기력이면, 수원을 넘어 상위 스플릿이 보인다.

다시 믿은 주세종-이명주 라인

인천 경기에 이어 주세종-이명주 선수를 선택한 최용수 감독이었다. 미드필더의 질을 높여줄 선수들이다. 그러나 전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드필드 장악력도 되지 않고, 동선이 맞지 않아 엇박자가 났다.

시즌 초반부터 문제가 된 것인데, 선수들의 동선을 골대 가까이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알리바예프는 박스 안으로 들어갈 때와 박스 바깥에서 지원을 할 타이밍이 맞지 않다. 필요할 때는 없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박스 안으로 들어가 있다.

페시치-박주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박주영은 전성기보다 활동량은 줄었으나 박스 근처에서 볼을 잡고, 공격 기회를 만들려는 편이다. 페시치 역시 정통 스트라이커 스타일이 아니고, 볼 관여를 하면서 자신의 리듬을 만들어 골을 만들어 낸다. 플레이 스타일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신장이 더 좋은 페시치에게 타겟맨을 맡기고 박주영에게 볼을 더 맡기던지, 공격 효율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게 공격을 전개하고, 개인 능력에 의존해 득점을 만들어 낸다. 최선의 공격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최용수 감독이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남은 경기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포항은 서울을 상대로 준비를 잘했다. 공격 시 넓게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측면 수비가 약한 서울의 약점을 잘 공략했다. 더불어, 완델손의 컨디션이 좋고 팔로세비치도 K리그 스타일에 적응을 한 것 같다. 일류첸코에게 확실한 득점 찬스를 더 만들어주면,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격, 수비 밸런스 파괴: 미드필드 붕괴

후반 들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온 FC서울은 호기롭게 포항에게 도전했으나, 볼은 제대로 돌지 않고 상대 진영에서 볼을 쉽게 빼앗기며 잦은 역습을 허용했다. 여러 차례 역습이 이어지자, FC서울의 미드필더들의 수비 복귀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센터백이 고생이 많았다.

측면 공격을 위해 좌우 윙백인 고광민과 고요한의 공격 가담 횟수도 늘어, 수비를 하는데 부작용이 생겼다. 제때 측면에 수비 커버가 되지 않아 센터백이 측면 공간을 메웠고, 대신 중앙이 옅어져 포항에게 위기 상황을 내주었다.

결국, 공격에서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하지 못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득점이 되지 않더라도 슈팅까지는 마무리를 짓고 수비 전환을 해야 하는데, 한창 미드필드에서 볼을 돌리다가 볼을 빼앗겨서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하면서 체력 소모를 가속화했다.

영리한 포항의 측면 공격

수비 라인이 흔들리자, 약점인 측면이 더욱 고통받았다. 포항이 이를 놓치지 않고,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FC서울을 괴롭혔다. 위 사진을 보면 윙백이 측면 커버를 들어가지 못하고 팔로세비치를 막아서 완델손의 공간이 열린다. FC서울이 정상적이었다면, 윙백이 완델손을 막고 센터백이 팔로세비치를 견제하며 남은 중앙 미드필더가 지원에 들어갔어야 한다.

잦은 전환으로 FC서울의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의 수비 복귀가 늦어지자, 측면 수비는 더 힘들어졌다. 첫 실점 이후 정현철을 올리면서 4백으로 바꾼 최용수 감독이었으나 밸런스가 깨진 상태에서 포메이션까지 바꿔 수비를 약화시켰다. 결과는 실점이었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영리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력이 좋은 이광혁을 넣으면서, FC서울의 측면을 거세게 공략하게 했다. 전술 대응, 약점 공략, 경기 운영 모든 면에서 FC서울이 밀렸다.

최용수 감독의 변명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3-4-3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마땅한 윙어가 없다. 교체 자원도 한정적이며, 강력하지도 않다. 그러나 있는 자원으로도 최선의 조직력을 일궈내지 못했다. 남은 시즌 동안 FC서울이 공격 효율 부분에서 개선이 있으면, 반등할 기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