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리그 리뷰: 34R FC 서울 - 강원FC
지난 16일(수)에 있었던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 데이에서 최용수 감독의 입담은 빛났다. "중앙에 최강희 감독과 함께 있었는데 사이드로 밀려나 불쾌하다." 무거울 수 있는 자리에서 위트 있는 말로 분위기를 가볍게 했다.
그러나 말과 달리 강원과의 경기에서는 이목을 이끌지 못했다. 수비적으로 나와 점유율을 강원에게 내주었고, 꾸역꾸역 강원의 공격을 막는 느낌이 강했다.
박주영의 헤더로 리드를 가져간 이후 강원의 공세가 이어졌는데, 더욱 수비적으로 내려앉고 지키려고 했다. 최용수 감독의 수비 강화 판단은 실패했다. 후반에도 강원의 미드필더는 경쾌했고 서울의 수비수들은 버거웠다.
차라리 박주영을 빼고 미드필더를 더 강화하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다. 전성기 기량이 아닌 박주영은 역습에서 이점이 없었다. 끝까지 박주영을 고집했지만, 오늘 킥 정확도도 좋지 않았고 헤더 골을 빼면 큰 활약을 보이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은 이미 시즌 목표를 달성했고,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일만 남았다. 그러나 오늘의 경기 운영은 마지막까지 최선은 아니었다. 용병술, 상대 변화에 따른 전술 대처에 빈틈이 있었다.
페시치, 조영욱의 부상, 박동진의 경고 누적으로 대체 골잡이가 윤주태와 이인규밖에 없었다. 경험이 더 많은 윤주태가 아닌 20살도 채 되지 않은 이인규를 선발로 기용한 최용수 감독이다.
이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박주영과 군 입대 이전의 폼을 완전히 잃은 윤주태를 동시 기용하면 활동량과 기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FC 서울이었다. 싱싱한 이인규를 투입해 공격력 감소를 최소화했다.
감독에 믿음에 이인규 선수는 자기 몫을 다하고 경기장을 나왔다. 강력한 선제골은 FC 서울이 경기 운영을 여유롭게 하는데 큰 이점을 만들어주었다. 조영욱과 함께 내일이 기대되는 선수이다.
다만, 다음 주에 있을 전북 전에서 주세종과 알리바예프가 경고 누적으로 참가하지 못한다. 강원 전에서 받은 카드때문인데 냉정하지 못했다. 특히 주세종 선수는 판정에 항의하는데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했다. 항의는 주장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알리바예프 선수도 감정적이었다. 과격한 파울로 경고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이 되었다. 한 단계 발전하는 선수가 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경솔한 파울로 중요한 경기에 피해를 주었다.
미드필더 핵심인 주세종과 알리바예프가 빠지면서 강제적으로 로테이션을 해야 하는 FC 서울이다. 그동안 선수 기용을 봤을 때, 오스마르를 주세종 자리로 알리바예프는 정원진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오스마르가 빠진 수비가 불안해진다. 정원진이 있는 미드필드는 너른 활동량을 가져온 알리바예프의 공백을 메우기 힘들 것이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서울이 인상적인 장면을 만든 것은 오스마르이 기습적 오버래핑이었다. 이 오버래핑으로 이인규의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고광민이 상대 풀백을 잡아두고 센터백 오스마르가 측면을 돌파해 강원의 측면 공간을 공략했다.
수비 시 5-4-1로 나온 강원을 효과적으로 상대한 장면이다. 다만, 너무 수비적으로 나온 FC 서울이 이 전술을 반복해서 사용하지 못했다. FC 서울은 항상 좋았던 장면을 반복해서 만드는 것이 약한 것 같다.
강원은 서울을 공략하는데 많은 전술적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서울의 취약 위치인 사이드를 괴롭혀 서울의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대표적으로 윙어인 강지훈이 서울 센터백 앞에서 볼을 측면으로 돌려 풀백인 이호인의 측면 공략을 지원했다.
측면 수비가 약한 서울은 매번 당했고, 위협적인 크로스를 자주 허용했다. 전반 빌비야의 헤더를 유상훈이 건져내지 못했으면 경기는 더 빠르게 강원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후반 정조국의 헤더 역시 위협적이었다.
더불어 측면과 중앙의 사이 공간인 하프 스페이스 활용도 같이한 강원이었다. 이 공간을 통해 이영재의 프리킥을 만들어 냈다. 움직임이 좋은 이현식, 김현욱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김병수 감독이었다. 없는 스쿼드로 수준 높은 축구를 보였다.
강원에게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발렌티노스의 파트너 김오규는 불안했고, 좌우 측 풀백인 정승용과 이호인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측면에 문선민과 로페즈와 같은 선수가 있었다면, 강원 역시 공세에 시달렸을 것이다.
한 시즌 간 최용수 감독을 보면서, 전술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수단 장악, 동기부여 등 관리 능력은 뛰어나나 전술 부분은 모자람이 있어 보인다. 주변의 코치진마저 별다른 대처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다음 시즌에는 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시즌 경남이 보여준 것처럼 K리그의 수준은 조직력과 외국인 선수의 득점력만 보장되면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다. 전북, 울산이 강하긴 하지만 시즌 동안 낙폭이 있었다. 지원 축소만이 서울을 약화시킨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외국인 공격수의 역량이 떨어졌으면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과 대처가 필요했으나 최용수 감독은 후반기 슬럼프 이후 어떠한 대처도 성공적이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이 더욱 롱런하길 원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여러 각도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오늘 경기는 졌고 다음 경기는 전북이다. 경기를 보면 볼수록 지겨워지는 건 높아진 눈 때문일까, 템포 느린 FC 서울의 문제일까. 경기력 만으로는 경기를 즐기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