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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리그 리뷰: 35R FC 서울 - 전북 현대

저뫼 2019. 10. 26. 19:03

최근 10경기에서 FC 서울은 전북은 상대로 단 1차례 승리했다. 한 번은 비기고 나머지 8번은 졌다. 올 시즌에도 4월, 7월, 9월에 만났는데 모두 졌다.

승률 10%에 불가했던 서울이 드디어 해냈다. 앞선 경기에서는 전북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맞상대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2-0으로 완패했다. 결국, 최용수 감독의 선택은 지키는 축구였다.

주세종과 알리바예프가 징계로 인해 선발로 나오지 못했다. 대신 고요한과 오스마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스마르가 미드필드로 올라와 수비가 강해졌고 전북의 공세를 잘 막았다.

동시에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원래 FC서울의 센터백은 공격, 역습 시에 측면에 위치하는 것 말고는 수비에서는 중앙 방어에 집중했다. 그런데 전북 경기에서는 센터백의 수비 범위를 늘려 전북의 윙어를 막도록 했다.

아무래도 FC서울의 미드필드 수비가 약해 센터백의 수비 공간을 좁혔던 것 같다. 어쨌든 최용수 감독의 수비 전술 변화는 전북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다.

올 시즌 전북의 공격 핵심은 로페즈, 문선민을 위시한 측면 라인이었다. 전북을 막기 위해서라도 두 선수를 막는 것이 중요했다. 발 빠르고 피지컬 좋은 센터백이 이들을 막게 하면서 전북은 고전했다.

전북이 원톱이라는 점도 서울에게는 유리했다. 3백 구성상 원톱이면, 한 명의 센터백이 빠져도 2명이 남는다. 그래서 서울이 센터백 포지션에 시프트를 활용할 수 있었다.

실제로 문선민과 로페즈가 답답해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점유율을 약 7:3 정도로 내주었음에도 슈팅을 15개밖에 내주지 않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전북의 윙어를 적절히 막았고 볼이 중앙으로 오지 못하게 했다.

공격은 주로 역습을 활용했다.

FC 서울의 주 역습 패턴은 박주영-박동진으로 이어지는 연계였다. 투톱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위력적인 역습은 아니었으나 그동안 서울의 역습은 무디고 느렸다.

오늘의 역습은 간결하고 빨랐다. 마무리까지 짓지 못한 점은 아쉬우나 발전한 것이 어디인가.

세트피스는 FC 서울의 효자였다. 선제골 역시 세트피스로 만들어냈다. 이 한 골이 승점 1점을 만들었다. 이동국에게 실점한 부분은 아쉽지만, 골이 없었다면 또 패배해 대구와 강원에게 더욱 쫓겼을 것이다.

전북은 간절함이 느껴졌다. 후반 들자마자 미드필더 임선영을 빼버리고 이동국을 넣어 공격을 강화했다. 이동국을 넣어도 서울을 공략하기 힘들 자 라이트 풀백 이주용을 빼고 윙어 고무열을 넣어 서울을 세게 몰아붙였다.

마지막까지 한승규를 넣어 경기를 가지고 오고 싶어 했던 전북 현대였다. 그런데 전북의 공격은 무뎠다. 억지로 박스 안에 볼은 넣었으나 유효슈팅은 단 5개뿐이었다.

문제는 위험 지역에서 움직임이 둔탁한 것이다. 측면에서는 로페즈와 문선민이 흔들어대는데 중앙의 움직임은 정적이다. 올 시즌 전북이 탄력을 내지 못하는 것도 중앙에서의 영향력이 작년보다 못한 게 크다.

전북의 앞으로의 개선점도 이 부분일 것이다.

다른 방면으로, 서울의 측면 수비가 강했는데 측면에서 자꾸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 게 문제였다. 오늘 서울의 측면은 강했으나 중앙은 그렇지 않았다. 전북이 빠른 전환을 통해 서울의 수비를 흔들어야 했는데 정직하기만 했다.

여전히 최강희 감독의 색채를 지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박스로 때려 넣는 습관이 여전한 것이다. 모라이스 감독과 선수들도 느꼈을 것이다. 모라이스 1.0 버전은 강력하지 않았다. 내년 모라이스 2.0 버전은 어떨지 궁금하다.

오늘과 다름이 없다면, 전북 천하였던 K리그의 판도도 상당히 바뀔 것 같다.

대구가 포항과 비기면서 승점 4점 차가 유지되고 있다. 서울의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이제 3경기만 잘 넘어서면 3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다음 경기가 울산 현대인 것은 부담스럽다. 우승 후보를 연이어 만난다. 기복이 있는 전북보다 꾸준한 울산이 더 까다로울 것이다. 오늘과 같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헌신이면 울산에게 승점을 따내는 일이 막연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음 경기도 좋은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