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리그 리뷰: 9R FC서울 - 전북 현대
서울 극장이었다가 전북 극장으로 마무리
FC서울으로서는 안타까운 경기였다. 88분 페시치가 극적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서울 극장을 다시 부활시켰는데 전북 현대가 가만히 두고보지 않았다. 주심이 VAR 때문에 추가 시간을 조금 더 준 것이 아쉬웠고 허무하게 먹힌 마지막 실점은 뇌정지가 오게 만들었다.
K리그 최강 스쿼드 팀을 상대로 FC서울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기대보다 잘 싸워준 것은 의미가 있었다. 전반 33분 알리바예프가 퇴장만 당하지 않았어도 후반까지 어려운 경기를 하지 않았을 텐데 퇴장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다만, 페시치가 경기력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5월 들어서서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든든했던 오스마르
지난 경기 센터백으로 출전한 오스마르가 수미형 미드필더로 나왔다. 오스마르가 후방에 있어주면서 FC서울의 중원 안정감이 크게 상승했다. 그리고 긴 다리로 FC서울의 진영으로 넘어오는 볼을 커트해주고 상대 패스를 차단해줄 때에는 오스마르의 수비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오스마르의 존재와 FC서울의 수비만 보면, 올 시즌 많은 실점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서브 골키퍼였던 양한빈이 인천 경기에 이어 다시 선발로 나왔다. 총 6번의 선방을 보여주며 멋진 세이빙 능력을 보인 양한빈이지만, 공중볼 처리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선방으로 동점까지 연결된 것은 맞으나 유상훈과 경쟁에서는 조금 뒤쳐졌다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부터는 유상훈이 다시 선발로 나올 것 같다.
주중 ACL 일정을 가진 전북은 미드필더와 공격에 부분 로테이션을 가져가며, 빅클럽의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승기, 임선영의 조합은 무르익지 않았고 문선민은 제한적 상황에서만 자신의 기량을 발휘했다. 스쿼드 뎁스는 상당하지만 큰 규모에 따른 조직력 부족은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즌 종반까지 가면, 스쿼드가 풍부한 전북이 우승권에 도달할 것으로 보임에도 ACL 우승까지 도전하는 전북으로서는 조직력 강화도 신경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방법으로는 ACL 우승은 힘들 것 같다.
약점 활용을 잘한 전북
5-3-2 수비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FC서울의 약점은 3미들의 미드필드 공간이다.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측면, 중앙에 공간이 많이 나는 편인데 공격적 운용을 가져가는 전북에게 이 약점은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전북의 의도는 전반 초반부터 확실히 드러났다. 좌우 전환 패스를 자주하여 서울의 미드필드의 밸런스를 깨는데 집중했다.
전북의 전술은 제대로 먹혀 들어갔고, 초반 서울이 강한 전방 압박으로 기세를 올린 이후에는 전북의 공세로 인해 수비에만 집중했다. 그러다가 오늘 거친 플레이를 일삼던 알리바예프가 이승기의 얼굴을 가격하는 파울을 범하며 퇴장을 당했다. 3미들에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갔던 알리바예프가 퇴장당하면서 FC서울은 경기를 더욱 어렵게 운영하게 되었다.
이 약점은 FC서울이 올 시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수비 가담 횟수가 적은 페시치-박주영 조합으로는 이 약점을 극복할 수 없다. 결국, 박주영 외에 수비 가담을 잘해줄 선수 기용이 필요하다. 조영욱과 박동진이 대체 자원 될 수 있는데 조영욱은 올해 5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출전할 것이 확정적이어서 올 시즌 공격수로 포지션 변경한 박동진이 유일하다. 윤주태, 박희성, 윤승원 등 리저브 멤버들이 있으나 박동진보다 나은 활동량을 보일 지 의문이다.
그러나 박동진은 전문 공격수로 전향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공격수는 공격 포인트가 담보되어야 하는데 반쪽짜리 선수를 선발로 쓰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래서, 박주영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현재 박주영의 경기력으로는 풀 시즌을 치르기 어렵고 수비 부담만 가중한다. 생각같아서는 대구의 김대원을 영입하고 싶지만, ACL에 참여하고 있는 대구 그리고 자금력이 모자라는 FC서울이 김대원 선수를 영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안은 없다. 미드필더가 열린 상황에서 센터백과 골키퍼의 수비 능력을 믿어야만 한다. 올 시즌 서울이 이 약점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올 시즌도 후방이 불안한 전북
최강희 감독이 있었을 때부터 전북의 후방 라인은 항상 불안했다. 공격에 무게를 더 두는 최 감독의 성향상 최종 수비 라인은 센터 라인까지 올라가 있었고 전북의 수비수들은 상대 역습을 경기 내내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상대 역습시 2선 선수들의 가담 속도가 느려 3선 선수들이 온전히 자신들만의 능력으로 상대 역습을 제어해야 했다.
모라이스 감독이 맡은 올해에도 2~3선 라인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서울의 빠른 역습에 수비 복귀가 늦은 2선 선수들로 인해 몇 차례 위기에 빠졌던 전북이었다. 서울이 세밀하게 패스 플레이를 가져갔다면 실점도 있을 수 있었다. 동점골을 허용한 것도 최종 수비 라인이 높은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서울은 전북의 약점을 알면서도 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좌우 윙백이 공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두면서 공격시 가담 인원이 너무 적었던 서울이었다. 패스할 선수가 없었던 서울 선수들은 볼을 끌다가 복귀한 전북의 미드필더에게 소유권을 내주기 일수였다. 전북의 좌우 윙어였던 로페즈와 문선민에 대한 수비를 위해서였던 것 같은데 공격 쪽에서는 아쉬운 선택이었다.
알리바예프 퇴장과 실점만 아니었다면, 후반에 공격 비중을 늘렸을 최용수 감독인데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 시작과 함께 4백 전환을 한 것과 박동진을 기용하여 제공권을 확보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그런 전술 변화가 없었다면, 동점골은 기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중국에서 실패를 하고 온 최용수 감독이 과거보다 한층 전술 운영에 대해 성숙해진 것 같다. 이대로라면 시즌 마지막 서울의 순위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주 슈퍼매치
5월 첫 주 경기는 수원 삼성과의 슈퍼 매치이다. 원정 경기인 점이 아쉽긴 하나 수원이 초반보다 올라오면서 싱거운 경기는 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경기력만 보자면 서울의 승리가 점쳐지지만, 위협적인 타가트와 돌아온 사리치가 경기를 더욱 재밌게 할 것이다. 그리고 페시치에게도 연속 득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