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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축구

2019 K리그 리뷰: 22R FC서울 - 전북 현대

세밀함에서 갈린 승리

리그 최강 전북 현대를 상대로 용감하게 싸운 FC서울이었다. 홍정호에게 선제골을 내주었음에도 제한된 공격 기회에서 득점을 잘 올렸다. 그러나 그것이 FC서울의 한계였다. 후반 초반부터 한 방씩 주고받은 서울과 전북은 김승대의 골 전까지 팽팽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75분경 박주영의 역전골이 VAR 판독으로 고요한의 반칙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역전골이 취소되자 FC서울은 강하게 전북을 밀어붙였고, 미스 하나가 역습의 단초가 되어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결국, 세밀함의 차이었다. 득점 취소 후, 서울의 선수들은 상대 지역에서 패스 정확도가 눈에 띄게 부정확했다.

역전을 허용하고 4백까지 전환하며, 공격적으로 나선 FC서울이었는데 수비가 약해진 상황에서 전방에서 패스 미스는 독약이었다. 로페즈에게 끝내기 골을 맞으며 패배를 확정 지었다.

경기력은 전북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개개인의 실력에서 완패했다. 그것이 세밀함의 차이이다. 전북은 역습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냈고 몰아붙이던 서울은 어이없는 패스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서울과 전북의 차이는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A급 선수와 B 선수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최용수 감독은 B급 선수를 A급 조직력으로 변모시켰어야 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모자랐나 보다.

예측 가능했던 시나리오

양 팀의 라인업에서 획기적인 부분은 없었다. 베스트 11을 가동해 서로를 맞이했다. 약간의 변수가 FC서울이 골키퍼를 유상훈 대신 양한빈으로 대체한 것인데, 지난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선수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은 이상한 점이 아니었다.

전북은 최근 흐름 그대로 로페즈, 문선민 위주의 공격으로 경기 운영을 이어나갔고, 미드필더의 영향력이 미진한 건 여전했다. 앞선 3명의 선수 없이 순수하게 FC서울의 미드필더 3인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FC서울의 미드필더의 활약이 더 보이기도 했다. 이승기 장기 이탈 이후 미드필더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후반 시작과 함께 임선영을 김승대로 바꾼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빠른 선수를 한 명 더 추가하자 FC서울의 수비 부담이 늘어난 게 사실이다. 승리를 가져갈 승부수를 전북 현대의 모라이스 감독이 먼저 선택했고, 최용수 감독이 가진 카드는 조영욱뿐이었다. K리그 이적 시장이 얼마 남았는데 서울의 보강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명주, 주세종이 오기엔 아직 한 달여가 남았다. 아쉽다.

전북의 자신감

개인 기량은 K리그 최강인 전북이다. 5백인 서울을 상대하게 위해 좌우 폭을 넓게 쓰며, 1 대 1 대치 상황을 자주 만들었다. 서울이 집중력 있게 막아내면서 문선민과 로페즈를 전반에는 잘 묶었지만, 미드필더가 3명인 서울의 2~3선 공간은 크게 열렸다.

전북이 경기장을 크게 쓰면서, 서울의 2~3선 라인의 공간이 넓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전북의 풀백까지 오버래핑하면 2~3선 사이 공간이 더욱 열릴 수밖에 없다. 숫자 싸움이 불리한 서울이 꾸역 꾸역 잘 막아내긴 했다. 후반에 카운터 2방으로 경기를 내준 것은 흠이었지만.

어쨌든, 전력상 서울은 지켜내야 이길 수 있는 팀이다. 리그 초반과 다르게 수비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 그리고 다른 팀도 공략법을 이미 알았을 것이고 변화를 줄 수도 없는 FC서울의 현실이다. 조직력으로 리드 상황을 지켜내는 게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4실점, 서울의 승리 방법과 완전히 반대로 간 결과였다.

반 자의적으로 택한 역습

공격력이 우세한 전북을 상대로 많은 미드필더 숫자를 공격에 가담하게 할 수는 없었던 서울이었다. 그래서, 볼 소유가 바뀐 이후 롱볼을 통해 상대 위험지역까지 볼을 운반하고 그동안 공격에 가담하는 고요한이나 알리바예프와 연계를 지어 무언가를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먹혔다. 전북이 공격 가담을 많이 하는 팀이라 서울의 역습 상황에서 미드필더의 수비 지원이 적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FC서울의 팬으로서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단순한 축구로는 전북을 잡아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전골 허용 후, 공격 비중을 높이자마자 연속골을 허용한 것을 보고는 차라리 롱볼 축구가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한빈 선발, 그리고 부상

양한빈이 유상훈에게 밀리는 것은 공중볼 처리에 있어 유상훈이 조금 나은 기량을 보이는 것 빼고는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그 부분이 오늘 또 나왔다. 코너킥에서 어중간한 대시로 공중볼 처리 미스가 있었다. 오랜만에 연속해서 주전으로 출장한 양한빈인데 다시 백업으로 돌아갈 것 같다.

그리고 후반전에 불의의 부상으로 출혈까지 있었다. 다음 경기 출전은 어려워 보인다. 이후 최용수 감독이 더 기회를 줄지 모르겠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양한빈이 쉽게 날려버렸다. 올 시즌은 유상훈이 끝까지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