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기에 이어 무득점으로 비겼다. 약체 팀을 상대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손흥민은 마무리를 지을 기회를 찾지 못했고, 황의조는 외로웠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다는 점이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대표팀 경기를 보면 매번 컨디션이 100%인 때가 적었다. 부족한 컨디션임에도 꾸준한 경기력과 성적을 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레바논이 우리나라가 2차 예선을 치르는 국가 중, 가장 강한 나라는 맞으나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칠 정도는 아니다. 위협적인 장면을 2~3차례 주긴 했어도 그 정도는 어느 경기에서나 발생한다. 결국, 대표팀이 부족해 발생한 결과이다.
10월 A매치와 비교해 큰 폭의 변화는 남태희를 다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벤투호 초창기 4-2-3-1 포메이션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점이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첫 단추를 끼워가는데 어려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
남태희 선수의 활동 범위는 좁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받아 내주거나 개인 돌파를 통해 공격 기회를 만드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같은 역할을 한다. 현 벤투 호의 미드필더 구성상 그 역할보다는 빌드업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맞지 않는다.
오히려, 강팀과의 경기에서 장점이 드러날 선수이다. 역습 시, 남태희의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으로 황의조, 손흥민을 지원할 것이다. 다음 주에 있을 브라질 경기에서 남태희 선수를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황인범을 빼고 황희찬을 넣으며 4-3-3으로 포메이션을 바꾼다. 자연스레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있었던 남태희가 황인범이 있었던 미드필드로 내려왔다.
이 선택도 좋지 않았다. 정우영과 함께 수비 부담을 지었던 황인범이 빠지자, 중원의 두께가 얇아졌고 레바논의 역습에서 센터백 바로 앞 공간을 많이 내주게 되었다. 공격을 살리기 위해 남태희를 남겼다가, 수비 밸런스를 더 악화시켰다.
결국, 벤투 감독도 후반 62분 김신욱을 기용하면서 남태희를 교체 아웃한다. 이재성과 정우영이 수비적으로 내려오면서 밸런스를 찾아갔다. 현재 스쿼드에서 남태희를 잘 쓰려면 황인범보다 빌드업 능력이 좋은 선수를 넣어 남태희가 세컨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에 전념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실력을 갖춘 미드필더는 없다. 남태희 카드는 3차 예선이나 본선에 썼으면 좋겠다. 다시 4-1-3-2 포메이션으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 손흥민과 황의조 투 톱을 통해 두 선수의 장점을 활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황인범 역시 빌드업 부담이 덜 가는 4-1-3-2 포메이션이 더 편할 것이다. 날개로 나오지만 중앙 지향적인 이재성과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나상호 그리고 손흥민까지 자연스레 빌드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 이재성을 날개로 쓰면서, 수비 복귀가 느려 최종 수비 라인에 수비 부담이 많았다.
애초에 손흥민과 이재성은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지 않다. 대표팀에 와서는 손흥민이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지만 소속팀에서는 그렇지 않다. 공격에 집중하면서 에너지를 아껴 스프린트에서 쏟아내는 편이다. 이재성 역시 소속팀에서는 포워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비 가담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런 선수들이 윙어에 위치하면서 측면 공간은 레바논의 공간이 되었다. 김진수, 이용까지 오버래핑한 상황에서는 김영권과 김민재가 1:1 수비를 통해 위기를 벗어났다. 여러모로 4-2-3-1 선택은 좋지 않았다.
중앙에서 빌드업이 시원치 않자, 측면 공격이 많았다. 공격 패턴은 단조로워졌고, 레바논은 그에 익숙해졌다.
측면 공격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면서 대표팀이 레바논을 흔들 수 있는 무기는 방향 전환밖에 없었다. 측면에 그나마 손흥민이 있어서 개인 돌파를 통해 크로스와 코너킥을 만들어 냈다. 이재성도 하프 스페이스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문제는 이런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는 부분이다. 중앙에서 답이 안 나오면서 측면 공격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측면에서 날 수 있는 공격 기회는 크로스나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하는 슈팅뿐이다. 황의조의 제공권은 평범한 수준이고 헤더 정확도도 높지 않다.
슈팅 역시 상대 수비들이 빽빽하게 박스 안에 밀집되어 있어 막히거나 굴절되어 유효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그래서 아시아 국가를 상대할 때는 김신욱을 넣어 제공권을 확보한 후에 크로스 공격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선제골이 터지면 상대 팀도 공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라인을 올릴 것이고, 라인 브레이킹을 잘하는 황의조도 후반에 기회가 더 날 것이다. 아시안 컵에서도 그랬고, 이대로 경기력을 유지하면 2차 예선은 통과하겠지만, 3차 예선은 어렵다.
마침 12월부터 동아시아 컵에 열리므로 김신욱을 활용한 크로스 공격을 테스트해봤으면 좋겠다. 전술과 선수 기용 문제로 벤투 감독에게 비난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도 이미 아는 사실이다. 애초에 레바논 경기에서 중앙 공략을 노렸으나 미드필더가 부진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후반전에 측면 공략에 집중했고 측면에 활력을 주는 황희찬을 기용한 것이다. 황인범 기용 역시 다르지 않다. 대체자로 해봤자 주세종과 이강인이다. 주세종은 황인범보다 낫다고 할 수 없고, 이강인은 아직 성장할 선수이다.
국내로 돌려도 큰 답은 나오지 않는다. 황인범보다 나은 선수가 있었다면 진작에 해외 진출을 하거나 선발해서 활용해 봤을 것이다. 올 시즌 기량을 회복한 김보경을 예로 들 수 있겠으나 황인범 자리에는 김보경 역시 어울리지 않다.
울산에서 측면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나오는 김보경이다. 이미 벤투 감독이 차출해서 훈련을 시켜봤기 때문에, 선수 특성을 파악했을 것이다. 황인범보다 나은 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되는 부분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잘하는 것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브라질 전에서 벤투 감독의 장점이 더 잘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역습에 최적화된 선수들이 많다. 실망했던 레바논 경기를 잊고 브라질 전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켰으면 한다.
대한민국 - 브라질 경기는 19(화) 오후 10시 30분에
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경기장에 열리며,
SBS, 네이버 스포츠가 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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