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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스코어
2021.3.26(목) 19:20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
처참하게 깨진 경기였다. 시스템이 갖춰진 일본과 주전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언론은 일본이 한국보다 정예 멤버를 갖췄다고 했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지고 황희찬, 이재성, 황의조가 소속팀 반대로 차출을 하지 못했다.
대표팀 핵심 공격 3인방이 빠지는 것은 큰 타격이었다. 손흥민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크며, 황의조만큼 득점을 올려줄 선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긴 했다.
하지만, 공격 이외 포지션에서는 벤투 감독이 오래 전부터 선택한 선수들로 채웠다. 이들은 벤투 감독 경기 스타일을 분명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막상 경기에 들어서니 빌드업부터 꼬이며 일본에게 주도권을 쉽게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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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라인업
골키퍼와 백4는 익숙한 얼굴이다. 조현우는 김승규에게 약간 밀리긴 했으나 2경기에 한번은 나올 정도로 벤투 감독에게 신임을 받았었다.
센터백 역시 김민재가 빠지긴 했으나 김영권과 벤투 감독의 꾸준한 선택을 받은 박지수가 있었다.
좌우 풀백에서 좌측은 김진수와 경쟁하는 홍철이, 우측은 36세인 이용이 대표팀에서 빠지면서 울산 현대의 김태환이 최근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미드필더 역시 굳건한 입지가 있는 정우영, 최근 벤투 감독 눈에 띄인 원두재, 벤투의 최애는 아니나 차차차애정도는 되는 남태희까지 벤투 감독과 꽤 오래 발을 맞춰 온 선수들이었다.
잦은 훈련을 하지 못하는 대표팀 특성상 조직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시스템이 잡힌 일본과는 완연한 차이가 난 것이 화가 났다.
한국은 핵심 선수가 빠지면서 최정예 전력은 아니었어도 2군이라 하기에도 익숙한 얼굴들이 많았다. 결국, 전력 차이로 인한 결과라고 단정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미드필더 활용한 빌드업 버릴 때가 됐다
이 날 경기에서 말썽을 부린 것은 초기 빌드업이었다. 정우영, 원두재에게 향하는 볼은 항상 불안했다. 정우영, 원두재는 볼 소유보다는 볼을 따내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어울리는 선수들이다.
특히, 리딩을 하는 정우영의 발밑이 너무나 불안해서 차라리 센터백이 내지르는 볼이 더 안정적이었다. 일본도 이를 알았는지 정우영과 원두재에게 전방 압박을 실시하면서 한국의 빌드업 작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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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압박에 막힌 빌드업
한국은 이를 뚫고 나올 여유가 있었어야 하는데 매번 센터백에게 백패스를 하면서 수비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정우영, 원두재 라인을 계속 쓸 것이라면 이들을 활용한 빌드업은 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두면서 전방에 파격을 준 벤투 감독이었다. 이강인을 톱으로 세우는 폴스 나인 전술을 선보였었다. 이강인이 미드필드로 내려와 볼을 받고 좌우 윙어에게 오픈 패스를 뿌려주는 구도를 생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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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을 가짜 9번으로 활용한 벤투
하지만, 초기 빌드업이 망가지면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도저도 아닌 선택이 되었다. 그와중에 남태희가 더블 볼란치를 도와주려 내려갔었으나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당장 6월 2차 예선을 마무리하고 최종예선에 돌입해야 하는데 아직 허둥대고 있다. 선수 파악과 전술 운용 한계를 느꼈으면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이정도 수준으로는 최종예선 통과도 버거운 수준이다.
후반들어 벤투 감독은 부랴부랴 선수를 바꾸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으나 오히려 좋았던 초반 기세가 꺾이며 전반과 별 다르지 않은 형편없는 경기력을 유지하였다.
또 감독을 바꿀 참인가?
답답하다. 감독을 바꾼다고 해서 2022 월드컵 성적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축구 협회는 고작 경기결과에 대한 사과로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한국 축구는 대표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패스 축구 지켜온 일본, 곧 빛을 보게 될 것
일본은 패스 축구의 빛을 곧 볼 것 같다. 잘게 잘게 잘라먹는 패스와 공간 침투가 합해지면서 짜임새있는 축구를 하고 있다. 이미 2018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에 성공하였고 지속적으로 해외파를 육성하여 선수 퀄리티도 높이고 있다.
피지컬이 일본의 약점이었지만 최근들어 건장한 선수들이 발굴되면서 이는 더이상 일본의 약점이 아니다. 기술에 힘이 가미되면서 아시아 최강은 일본이 되었다. 이란, 호주는 세대교체에 애를 먹으면서 약간 쳐져있고 신흥 세력인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이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고 있다.
대표팀만 놓고 보면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꽤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청사진을 놓고 대표팀을 운영한 일본의 공이다.
그 사이 한국은 정체성 없이 과거와 같은 '투지', '투혼'과 같은 정신력에 의존하며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축구는 세밀화되고 기술적으로 변모했다. 감독 1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 보다는 협회 스스로 어떤 축구를 한국에 입힐지 정해야 한다.
지금이 그 청사진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몇 년안에 원하는 축구를 실현시킬지 말하라. 그걸 알지 못하고서는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전통적으로 폐쇄적인 협회는 더 개방하여 그들의 철학과 사고를 이해시키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딘 성장세인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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