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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칼럼

[FC 서울] 합리적 선택이 되어야 할 기성용 영입

 

 

이번 주 기성용이 K리그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기성용은 뉴캐슬과 계약을 상호 해지하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런데, 친정팀인 FC 서울이 아닌 전북과 이적설이 났다.

 

K리그 최고 부자 구단 전북과 연결이 된 것은 당연하지만, 데뷔를 하고 복귀를 약속했던 FC 서울과 먼저 이적설이 생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결론은 돈이 문제였다. 기성용 측은 이전부터 FC 서울과 협상을 했었고,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전북에게 접근했다는 것이었다. 유력한 설은 FC 서울이 기성용에게 5~8억 수준의 연봉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연 30억 이상을 번 기성용에게는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기성용 측이 연봉 삭감을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FC 서울이 제시한 연봉 수준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

FC 서울이 제시한 5~8억은 K리그에서 어느 수준일까? K리그가 공개한 연봉 현황을 보면, 리그 연봉 1위는 전북의 로페즈로 약 16억을 받았다.

 

FC 서울의 최고 연봉자는 페시치로 약 15억이다. 프리미어리그 출신, 국가대표 주장까지 맡았던 선수였는데 리그 최고 대우는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억은 너무했다.

 

FC 서울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FC 서울은 작년 선수 연봉으로 약 85억을 썼다. 그중 30%를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연봉 규모가 크지 않고,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를 많이 했다. 다수의 언론은 페시치를 15억 주고 데려온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기성용을 영입하겠다고 20억 이상 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전북 이적설이 뜨자마자 FC 서울은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는 것이라며 에둘러 말하고 있으나 변명일 가능성이 크다.

 

기성용 영입을 두고 필자는 정말 기성용이 FC 서울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따지고 싶었다. 최근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고, A매치 100경기 넘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FC 서울이 선수단 연봉 한계를 넘어서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는 따지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기성용은 만 31세로 은퇴에 가까운 선수이다. 2019-20 시즌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뉴캐슬로 온 뒤로 경기 출전이 급감했다. 4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에도 아이작 헤이든, 모하메드 디아메에게 밀리며 로테이션 멤버였다.

 

나이를 고려했을 때, 냉정하게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정도 더 뛸 수 있다. 물론, 몸 관리를 잘해서 더 뛸 수는 있으나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인 포지션을 고려하면, 30대 후반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성은 보장되어 있다. 2007 시즌 FC 서울에서 데뷔한 이래로 2008 시즌 주전 도약, 2009 시즌 K리그 올해의 선수로 뽑히는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2008 시즌에는 최연소(만 19세)로 K리그 베스트 11에 뽑히며 국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10년 1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넘어가 유럽 생활을 시작해, 2012년 8월 스완지 시티로 이적하고 프리미어리그 생활을 이어나간다. 2014-15 시즌 34경기에서 8골 1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리그 상위급 미드필더로 인정받는다. 이 시즌 공헌으로 스완지 시티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다.

 

국가대표로도 크게 활약했다. A매치 110경기를 뛰며 센추리 클럽에 가입, 2010 월드컵 16강, 2012 올림픽 동메달, 2015 아시안컵 준우승 등 많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다. 특히, 박지성 은퇴 이후 팀 주축 선수로 올라서면서 최근까지 주장 역할을 맡았었다.

 

* 2020 시즌 FC 서울 이적 현황(주요 선수만)

IN- 김진야, 한찬희, 한승규(임대), 아드리아노

 

OUT- 이명주, 황기욱, 윤승원, 하대성, 이규로

 

2019 시즌 핵심 미드필더였던 이명주가 UAE 알 와흐다로 이적하고, 전남 소속이었던 한찬희가 공백을 메운다.

백업 선수가 부족했던 레프트 윙백에 김진야, 공격 보강으로 아드리아노와 한승규가 영입되었다.

 

지난 시즌보다는 보강이 된 편이다. 외국인 쿼터 4명도 다 채웠고 윙백, 공격 쪽에 선수 영입이 있어 더블 스쿼드는 나올 수 있게 되었다.

 

2020 시즌 FC 서울의 예상 라인업이다.

 

지난 시즌, 페시치는 부상으로 못 쓰고 조영욱은 U-20 대표팀에 차출되어 센터 포워드는 박주영, 박동진을 주로 썼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박주영과 센터백에서 공격수로 포지션 변경을 한 박동진에게 득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두 선수가 분전해서 각 12골, 6골을 넣어주었지만 경기당 1골이 나오기 어려웠다. 아드리아노, 한승규가 영입되면서 전방 무게감이 증가했다.

 

레프트 윙백으로 김진야가 오면서, 윙백 뎁스도 깊어졌고 골키퍼는 유상훈, 양한빈 선수가 잘해줬기 때문에 영입이 필요 없었다.

센터백 부분은 아쉬운 면이 있었으나, 괜찮은 센터백은 전북과 울산이 독점하면서 영입이 어려운 현실이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미드필더 뎁스가 아쉽다. 주전 알리바예프, 주세종, 오스마르는 믿음직하지만, 백업은 그렇지 않다. 1부 리그 주전으로 뛰기에 충분한 한찬희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대표팀에서도 미드필더 자원이 부족한 편인데, FC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시즌 최용수 감독이 주로 사용한 포메이션은 3-5-2이다. 2톱으로 앞선 무게감을 늘리고, 3백을 통해 수비 안정을 가져오도록 했다.

3-5-2 포메이션의 강점은 앞선에 2명을 두면서 역습 시, 빠른 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미드필더에 3명을 두어 1명의 미드필더는 수비적으로 쓸 수 있어 수비 안정감을 높인다.

 

지난 시즌 FC 서울의 주요 공격 방법은 다이렉트 패스를 전방으로 연결하는 단순한 공격이었다.

 

최전방 공격수의 뒷공간 침투로 공격 기회를 탐색했다. 미드필더의 영향력이 작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또 다른 공격 루트는 측면이었다.

 

윙백이 오버래핑을 해 크로스 찬스를 노리거나 중앙 패스로 슈팅 기회를 엿봤다. 그러나 페시치를 제외하면 헤더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대부분이라 크로스 공격은 슈팅으로 이어지는 게 별로 없었다.

페시치도 정확한 헤더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발로 때리는 슈팅에 소질이 있다.

 

사실, 최용수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 공격은 쉼 없이 몰아붙이는 무공해 축구이다. 2016년 7월, 중국으로 넘어가기 전 빠른 공격 전환과 데얀, 아드리아노의 높은 득점력으로 무공해 축구를 완성했다. 다카하기-주세종-신진호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3인방의 공이 컸다.

 

수비 전술은 전방 압박과 지역 방어로,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전방 압박과 5-3-2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지역 방어를 사용했다.

 

시즌 초중반 전까지는 위력이 있었다. 센터백 개인 능력이 떨어지는 FC 서울에게 3백과 전방 압박은 수비 안정성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러나 상대가 적응한 시즌 중반부터는 5-3-2 포메이션의 약점이 드러나고 전방 압박에 따른 체력 저하가 겹치며, 실점이 늘어났다.

 

최용수 감독은 강한 압박을 요구한다. 문제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습한 여름으로 체력이 급감하는 대한민국 날씨로 인해 매 경기 전방 압박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FC 서울의 선수단 구성은 베스트 11외에 후보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벤치 멤버를 활용하지 못해 주전들의 체력 부담이 더해지고, 결과는 시즌 끝까지 체력이 발목을 잡았었다.

 

또한, 5-3-2 포메이션에서 약점은 측면 방어에 있다.

 

미드필더가 3명 밖에 없기 때문에, 미드필더 측면이 얇아진다. 결국, 상대 측면 공격에서 빈자리가 생기는 공간을 메워주는 로테이션과 때에 따라서는 센터백이 미드필더로 이동하는 수비가 필요하다.

 

FC 서울은 두 가지를 경기 내내 유지하지 못했다. 포항, 울산, 전북, 강원에게 약점을 제대로 공략당하면서 우승 경쟁까지 하던 순위가 선두권과 크게 벌어져, 3위 수성에 만족해야 하는 시즌이 되었다.

 

그래서, 기성용이 선수단 상황과 전술에서 필요한 선수인가?

 

미드필더 뎁스가 약한 서울에게 국가대표급 선수 보강은 우승권까지 노려볼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주세종-기성용 조합으로 좌우에서 오픈 패스가 가능해지고, 볼 간수 능력이 좋은 기성용이 존재해 알리바예프가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국내 최고 미드필더는 김보경이었다. 그런 김보경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실패하고 일본으로 되돌아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한 기성용의 존재는 FC 서울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할 것이다. 자신감은 가진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FC 서울 선수들은 지난 시즌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

 

공격 전술에서도 이점이 있다. 오스마르를 미드필더로 올려 사용하는 것은 부담이 있었다. 스피드가 느려 역습에 취약했다. 민첩하지 못하기 때문에 탈압박이 약하다. 그래서 정현철, 김원식이 미드필더로 나왔지만 오스마르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성용은 볼 컨트롤이 좋고, 특히 볼 간수 능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정도였다. 오스마르보다 정확한 킥, 빠른 전진도 가능해 경기력 상승 요인으로 나타날 것이다.

 

가장 좋았던 시절인 2016 시즌을 재현할 수도 있다. 이때 FC 서울의 공격 전개 속도는 리그 최고였다. 다카하기가 볼 소유, 전진 패스를 담당하고 주세종이 연결, 신진호가 킬 패스를 넣어주며 아드리아노가 마무리하는 구조였다.

 

그동안 다카하기와 주세종이 각 일본 복귀, 군 입대로 2016 시즌의 경기 속도를 낼 수 없었다. 현재 주세종은 복귀했고, 신진호 역할은 알리바예프가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카하기 역할을 할 선수가 없다. 기성용이 FC 서울에 온다면 다시 재현할 수 있다.

 

측면 활용에도 장점이 있다. K리그 선수들의 오픈 패스 정확도는 50%를 채우기 어렵다. 방향, 높이가 매번 다르다. 반면, 기성용은 측면에 있는 선수 이동 방향에 따라 패스를 넣어줄 정도로 탈 K리그급 실력을 갖추었다.

김빠지는 오픈 패스의 감소로, 경기를 더 재밌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강력한 단점이 있다. 원래부터 속도가 느려 역습에 취약하고, 수비 판단이 좋지 않아 단독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2010 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은 활동량과 수비 기술이 좋은 김정우를 붙이면서 기성용의 단점을 커버했다.

 

주세종이 있긴 하지만, 기성용의 약점을 메워줄 만큼의 능력은 되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점은 K리그는 프리미어리그만큼 경기 속도가 빠르지 않고, 기성용의 수비 지능을 깨부술 연계 플레이도 별로 없다.

 

어쨌든 수비에서 기성용은 FC 서울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도 시즌 끝으로 갈수록 드러날 것이다. 역습이 빠른 대구, 울산과 같은 팀을 만나면 기성용 기용은 독이 될 것이다.

장단점이 확실한 선수인 만큼 감독의 능력에 따라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이 극대화될 것이다.

 

올해는 올림픽, 월드컵 예선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다. 거기에 기성용과 같은 거물급 선수 영입은 FC 서울이 관중 동원을 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주변 중국, 일본 리그의 스타급 선수 영입이 많은 데 비해 K리그는 자본력이 달려 선수 영입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어려웠다. 기성용 영입은 두 리그에 영향을 줄 정도로 빅 딜이다.

 

기성용의 영입은 우승 도전, 관중 증대 두 가지 요소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FC 서울이 올 시즌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미 기사에 드러난 대로 현재 FC 서울은 기성용의 연봉을 감당할 돈이 없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영입이 불가능하다.

 

올 시즌도 ACL 진출권 확보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면, 기성용을 영입할 필요는 없다. 지금 스쿼드라면 3위권 싸움은 가능하다. 그런데, FC 서울의 팬들이 3위 도전에 만족할 수 있을까?

 

기성용 영입설 이전에는 그랬을 수 있어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기성용 영입 없이 시즌을 치를 때, 패배는 기성용의 부재가 원인이 될 것이고 언론과 여론도 그쪽으로 몰아갈 것이다.

 

이미 대응 방식이 잘못되었다. 차라리 올 시즌 계획에 기성용은 없다는 식으로 꼬리를 잘랐으면, 비난은 시즌 초에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협상이 유효하다는 대응을 했으므로 일이 커졌다. FC 서울의 프런트 능력이 이 정도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기성용은 FC 서울의 대응으로 두 번의 상처를 받았다. 친정 클럽의 홀대, 여론에 끌려 억지로 영입하는 상황 말이다. FC 서울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놓치더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로 품격 있는 클럽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