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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축구

[콘테스트 수상자의 FC서울 리뷰] FC서울 vs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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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FC 서울 리뷰

 

한 달동안 FC서울 리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약 4년간 주말 경기는 빼먹지 않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지난 시즌부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글을 쓰는게 어려웠고 매번 같은 문구를 적어내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그래도 올 시즌 초반을 신나게 리뷰를 적었습니다. 템포도 올라가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풀어낼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속된 부상과 형편없는 경기력은 글을 더 쓸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일단, 제 글을 기다려주신 '베이징왕자'님께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글 재주가 좋은 것도 아닌데도 매번 찾아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준 것에 고마움을 여전히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FC 서울 경기 리뷰를 정기적으로 게시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약속 드리는 것은 FC서울에 대한 관심은 줄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음 글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제 의욕이 다시 불타오를 때, 정기 게시를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2021년 7월 24일(토), FC 서울 vs 포항 스틸러스 경기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박진섭은 안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시즌 초 4-3-3 베이스의 전술을 구사하던 박진섭 감독, 윙어의 속도감과 풀백의 오버래핑으로 다양한 공격 옵션을 창출하였다. 매 시즌 성장한 라이트백 윤종규와 새로 영입된 에이스 나상호는 보는 맛을 더 했다.

 

부상으로 인해 자주 써먹지는 못했지만 기성용의 존재감과 오스마르의 안정감은 FC서울을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줄부상과 스쿼드 미비로 젊은 선수들로 리그 일정을 소화하며 팀이 무너졌다. 성적부터 곤두박질치며 자신감을 잃었고 그 사이에 부상은 계속되며 최악으로 치달았다.

 

K리그 전략통으로 꼽히던 박진섭 감독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안정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4-4-2를 들고 나오며 단시간에 최대 수비 효율을 내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4-4-2 포메이션은 무리뉴 감독이 수비쓰던 수비 전형이다. 두 줄 수비를 세워 수비 밸런스를 맞추고 지역 방어를 통해 패스 공간을 최소화한다. 지금은 많이 노출된 전술이고 깨는 방법도 나와있는 상태지만, 단시간에 적용시키기에 효율적인 수비 방법이다.

 

그리고 이 전술을 효과를 봤다. 송민규 이적으로 뒤숭숭한 포항은 팔라시오스, 크베시치가 부상으로 빠지며 공격력이 급감하였다. 강상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리며 대처하려고 했지만 그의 공간이 아니었다. 경기 중에 얼마 잡히지 못하며 지워져 버렸다.

 

에이스 강상우가 막히자, 포항은 FC 서울과 마찬가지로 롱 볼과 횡 패스를 남발하며 자멸했다. 센터백들의 수비 집중력은 높았지만 공격이 이를 보답하지 못했다.

 

백상훈 발굴, 팔로세비치와 호흡 기대

 

기성용의 파트너는 백상훈이었다. 만 19세 선수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였다. 요즘 축구 트렌드는 전성기 나이가 더 빨리 찾아온다는 것인데 능력있는 선수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백상훈은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는 볼 터치와 돌파를 보여주었다. 그 동안 팔로세비치에게 볼을 전달할 선수가 없어서 FC서울 빌드업이 답답했다. 백상훈과 팔로세비치를 같이 두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

 

고요한을 잇는 선수가 필요했었는데 마침 좋은 때에 적합 인물을 찾았다. 잘만 성장한다면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야나 패싱은 더 키워야 할 부분이다. 올 시즌만 완전히 소화해도 이 부분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쏠쏠한 선수 배치

 

2군데서 재밌는 배치를 발견하였다. 4-4-2의 약점을 메우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고요한이다. 가브리엘과 투 톱으로 나온 고요한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오며 미드필더와 다리 역할을 했다. 기성용이나 백상훈이 깊게 전진할 때는 미드필더 자리를 메꾸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였다.

 

둘째, 고광민의 중앙 이동이다. 이날 백상훈과 고요한이 공격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초기 빌드업에서는 중앙에 선수가 부족했다. 그래서 레프트백 고광민을 중앙으로 이동시키고 센터백 황현수를 사이드로 빼면서 빈공간을 채우도록 했다.

 

박진섭 감독의 전술 유연성이 돋보이는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전체 점유는 포항이 60%를 가져갔지만 FC 서울의 공격 연계에서는 이러한 배치가 볼 흐름을 살렸다. 성적은 형편없지만 시간만 더 있다면 박진섭 감독은 제 역할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롱 볼 의존으로는 하위권 탈출 어려워

 

포항에게 점유율을 60%까지 내준 이유는 짧은 전진 패스를 포기하고 롱 볼로 내지르는 패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장신 가브리엘을 활용하는 것인데 세컨볼 소유가 되지 않아서 포항에게 뺏기는 경우가 많았다.

 

기성용, 백상훈, 고요한이 있는 상태에서 가브리엘을 노리는 롱볼은 아쉬웠다. 차라리 측면 돌파 이후 가브리엘을 향한 크로스 공격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전민광에게 커트되는 경우가 많았고 가브리엘 역시 부상을 당할 상황이 여러차례 있었다. 포항이 제공권에서 승리하긴 했어도 크로스를 통한 공격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가브리엘의 러닝 점프 높이가 포항 수비수들을 압도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경기에서는 가브리엘을 더 잘 사용할 것으로 믿겠다. 가브리엘이 터지면 나상호는 자연스레 열리게 되어있다. 센터백 시선이 가브리엘에게 집중되므로 나상호 특유의 안쪽으로 접고 들어오는 돌파가 빛을 발할 것이다.

 

다음주 토요일 울산과의 경기에서는 다득점이 나오길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