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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축구

2019 K리그 리뷰: 19R FC서울 - 강원FC

좋은 경기력 강원FC, 비겨도 찝찝한 FC서울

지난 4월에 있었던 두 팀의 1차전은 서로 경기력 난조를 보이며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열린 경기에서 강원FC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에이스 정석화가 빠진 후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한국영이 후방 빌드업을 맡으면서 다른 색깔을 내는 팀으로 변모했다.

FC서울은 역시 페시치의 빈 자리가 컸다. 후반 들어 조영욱이 동점골을 넣어주지 못했다면 패배에 가까웠다. FC서울도 강원FC와의 1차전보다는 나은 경기력을 보였으나 페시치 이탈 후 경기력 저하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 이어 VAR 판정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악재이다. 경기 이외의 부분에서 팀을 흔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FC서울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는 것 밖에 없다.

1차전과 같지만 다른 라인업

FC서울의 3-5-2, 강원FC의 4-3-3 포메이션은 1차전과 다를게 없었다. 선수 면면이 약간씩 바뀐 것이 경기를 완전히 다르게 했다. FC서울은 최전방과 미드필더에 변화가 있었고 강원FC는 센터백, 미드필더, 공격 부분에 변화가 있었다.

같은 전술에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강원FC의 선수들이 안정감이 생긴 것이다. FC서울의 강한 압박에도 당황하지 않고 볼 소유를 지켜내며 공격 작업을 이어갔다. 한국영을 필두로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이끌어가며, FC서울을 얄밉게 괴롭혔다.

반면, 서울은 1차전 수비적 운영에서 벗어나 공격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성적이 따라주면서 자신감을 통해 공격적 운영으로 돌아선 것 같다. 그러나 창끝이 너무 무디다. 단 6개의 슈팅과 2개의 유효 슈팅으로 2골을 만들었다.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FC서울의 치명적 빌드업 약점

지공 시, FC서울의 빌드업은 복불복 형태가 강하다. 어느 상황에 볼이 잘 돌면, 상대 진영까지 쉽게 도달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전진하기가 쉽지 않다. 시즌 반환점을 돌려는 시점에서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이다.

FC서울이 기복이 심한 빌드업이 지속되는 이유는 선수간 움직임이 따로 논다는 것이다.

탈압박이 약한 미드필더 구성인 FC서울은 결국 미드필드에서 빌드업을 원활하게 가져가려면 상대보다 많은 숫자의 선수를 미드필드에 배치시켜야 한다. 그러나 위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1선, 1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나머지 선수들간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사진은 고요한 선수가 깊은 위치까지 진출한 것인데, 반대로 알리바예프도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결국, 고요한과 포워드 1명이 내려와서 빌드업에 가담을 해주어야 패스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런 패턴이 아직 부족한 FC서울이다.

그런데 잘 될 때는 왜 그런지 살펴보면, 상대 압박이 약하거나 미드필더 숫자를 덜 두는 팀을 만나면 빌드업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팀 전술상 상성에 유리한 팀을 만나면 경기가 풀리는 것이다. 지난 울산 전에서 고전한 이유도 울산의 압박이 좋고, 같은 숫자의 미드필더가 있어 고전했던 FC서울이었다.

그래서, FC서울이 선택할 수 있는 제1 공격 옵션은 상대 최후방 수비 라인을 노리는 침투 패스 뿐이다.

이날도 미드필드에서 패스가 어렵자, 수비에서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롱 패스를 자주했었다. 시도는 좋았으나 마무리까지 연결되는 장면은 없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박동진은 아직 공격수가 어색하고 박주영의 스프린트는 전성기에 비해 굉장히 떨어졌다. 강점을 가질 수 없는 옵션인 것이다.

또한, 이런 공격 방법은 상대를 더욱 유리하게 하는데, 힘겹게 센터 라인까지 올라온 FC서울이 한번의 롱 패스를 통해 볼 소유를 잃고 상대 역습에 수비 밸런스가 깨진 채로 맞이하게 된다.

이런 패턴 때문에, 전반 실점 위기가 많았던 FC서울이었다. 27분 박동진의 선취골이 아니었다면, 강원FC에게 한참 더 역습을 허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재밌었던 점은 강원이 실점하자 무리하게 전진 패스를 시도했고, FC서울이 역습을 진행했는데 완전히 반대 입장이 된 상황으로 바뀌었다.

아직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강원FC였다. 실점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경기력이었다. A급 선수와 B급을 나누자면, 이런 멘탈이 구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점에 당황하는 기색이 완연했던 강원이었다.

체력 탓? 무너진 수비 집중력

강원FC에게 내준 두 골 모두 수비 집중력 저하로 인해 나왔다. 강원의 김지현이 보기 좋게 움직여서 골을 넣은 것도 맞지만, FC서울의 센터백의 수비 동작이 안일했다. 첫 번째 실점은 이웅희의 수비 커버가 늦었고, 두 번째는 유상훈 골키퍼에게 리바운드 된 공을 뒤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매 경기 실점이 늘어나는 것도 집중력이 원인이었다. 꾸역꾸역 막으면서 그동안 승리를 차지했는데 곪은 부분이 터졌다고 생각한다. FC서울 정도의 주전 센터백이라면 K리그 전체 수비수 중 상위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소한 멘탈이 좌우 한다고 본다.

매번 운이 FC서울에게 따르는 것이 아니다. 지난 시즌 고통이 컸던 것처럼 다시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긴장감을 90분 내내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센터백들이 오늘은 너무 소극적이었다. 2선 미드필더가 쉽게 벗겨져 센터백과 1:1 상황이 잦았는데 제쳐지는게 두려워 뒤로 무르다보니 슈팅 공간을 너무 쉽게 주었다.

골키퍼를 믿고, 주변 선수를 믿고 상대에게 슈팅 거리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강원이 공격 능력이 떨어져서 2실점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의 책임은 센터백이 조금 더 지는 것이 타당했다.

4백 전환, 최용수 감독의 실책

후반 60분 최용수 감독은 만회골을 위해 센터백 김원식을 빼고 조영욱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전술 변화를 주었다. 그러나 이 선택은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센터백 하나가 빠지자, 수비는 흔들렸고 공격은 공격대로 지지부진하면서 오히려 역습에 취약하게 되었다.

전술을 유지하고 투톱과 미드필더 교체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있었던 박주영의 영향력이 너무 적었다. 그리고 교체 자원이 매번 같은 것이 의문이다. 조영욱, 김한길이 고정적으로 교체되는데 서브 골키퍼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선수는 경기에 들어갈 수준이 아닌가?

감독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교체 선수 마저 수준 미달이라면 최용수 감독에게 지어진 짊이 과도한 것이다. 전부터 말했지만, 주전 의존도가 굉장히 심한 FC서울이다. 지금은 선두권에 있어 관심 밖이겠지만, 숨겨진 병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보강 또는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