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축구

[한국 - 투르크메니스탄 리뷰] 좋은 출발, 따라오지 못한 경기력

마음이 통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시각

2-0 승리. 골이 조금 부족한 듯 하지만, 안정적 스코어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 경기를 본 시청자는 공감할 것이다. 너무 지루했다. 전체적인 볼은 한국이 많이 소유했다. 코너킥을 8번 할 정도로 투르크메니스탄을 흔들어 댔는데 경기는 지루하고 집중하기 힘들었다.

템포가 너무 느렸다. 센터백의 볼 소유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템포가 늘어지고, 미드필드로 볼을 운반하기 어려워지자, 사이드에서 볼을 돌리고 있어서 속도가 나기 힘들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촘촘한 미드필더 그물망을 벗기기 위해서라도 빠른 패스가 필요했는데, 번번이 원터치 패스가 정확하지 않아 빠른 템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지루한 경기였지만, 어쨌든 월드컵 지역 예선 첫 승리를 가져온 점은 긍정적이다. 첫 경기부터 꼬였으면 앞으로 있을 일정에 부담이 생겼을 것이다. 월드컵 진출이 목표이다. 경기력에서 욕을 먹더라도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 부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승리를 가져온 것은 호재이다.

믿음에 보답한 나상호, 벤투의 no.1 키퍼 김승규

지난 6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나상호를 선발로 쓴 벤투 감독. 월드컵 2차예선 첫 경기에서도 나상호를 선발로 기용했다. 그리고 그의 믿음에 나상호가 보답해 전반 12분 선취골을 넣었다. 그동안의 선수 기용을 봐서는 황희찬이 나오는게 유력했는데, 나상호를 넣은 것으로 봐서는 직선적인 황희찬보다 동선 유연성이 있는 나상호를 활용해 1선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나상호가 폭발적인 공격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활동량이 많고 동료를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이미 손흥민, 황의조와 같은 강력한 공격수가 있기에, 지원 능력이 좋은 나상호를 쓴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온 지 약 1년이 넘었는데, 서서히 주전 골키퍼를 김승규로 낙점하지 않았나 싶다. 월드컵 본선 진출의 시작점에서 김승규를 주전 골키퍼로 선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그를 선택한 것이다. 앞으로도 큰 실수가 없으면 김승규가 주전 골키퍼 장갑을 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이 대부분의 시간에서 볼 점유를 하고 있어 김승규가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정확한 킥과 안정적인 선방으로 경기 잠깐 흔들렸던 한국 대표팀의 수비 라인에 안정감을 되찾아 주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앞선 칼럼에서 주요 소개를 소개한 것처럼 안나두르디예프를 빼고 4명의 선수가 선발로 나왔다. 특히 주장 아마노프가 투르크메니스탄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기대보다 실력이 좋지는 않았다. 몸싸움에서 밀리는 것을 보았고, 장기인 킥 능력도 한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자 손 보일 틈이 적었다.

주전 포워드인 오라즈사헤도프는 어느 정도 능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김민재와의 매치업에서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순간 김민재가 밀리는 것을 보고 당황했는데, 상대 선수가 오라즈사헤도프였다. 2차 예선에서는 저 선수를 주목해 보면 재밌는 일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벤투 호의 공격 1옵션: 뒤 공간 파기

매경기 같은 공격 패턴이 나왔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는 동선이 많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도 초반부터 뒤 공간을 집중 공략했다. 벤투 감독이 제1 공격 옵션으로 뒤 공간 공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진은 황의조가 측면으로 빠져, 이용의 침투 패스를 받아주는 상황이다. 이후 윙어로 나온 이재성이나 센터 미드필더로 나온 황인범에게 연결하면서 공격 기회를 찾고자 했다.

문제는 침투 패스를 받은 다음의 연결 동작이 아직도 뻑뻑하다. 대표팀 특성상 조직력을 맞추기 어려워서 그런지 2차 움직임이 부족해 번번이 볼을 뒤로 돌리거나 반대 전환을 했다. 쓰루 패스 한 번으로 슈팅 타이밍을 만들어야 되는데 아직 부족하다.

그리고 황의조 외에도 윙어로 나온 이재성이나 나상호에게도 같은 패턴을 적용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공격 패턴을 자주 볼 것이라고 예상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이 도움을 준 면도 있었다. 수비 라인을 완전히 내리지 않고 상하 간격을 좁힘으로써 수비 뒤 공간을 자주 노출했다. 이런 부분이 한국에게 도움이 되었다.

센터백의 공격 참여

최종 수비수인 센터백의 공격 가담도 적극 지시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압박이 세지기 전까지 김영권과 김민재가 상대 지역 깊숙이까지 진출해 공격에 가담했었다. 공격 지원하는 숫자가 늘어나자 볼이 잘 돌기도 했다.

김민재가 패스 미스를 종종해 위기 상황을 노출한 것은 옥의 티였다. 집중력을 더 가져갔으면 좋겠다.

반강제적 선택: 크로스

투르크메니스탄의 미드필드 견제가 상당히 좋았다. 그래서 중앙을 이용한 공격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로스가 거의 유일했다. 풀백의 크로스, 미드필더의 크로스 상당한 수의 크로스가 들어갔으나 실질적으로 골을 만들지는 못했다.

효율적이지 않는 공격방법에 너무 집중했다. 그리고 박스 안에 있던 선수가 황의조, 이재성 등 신체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선수가 있어 크로스의 효율을 내기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움직이면서 올리는 러닝 크로스가 아닌, 멈춘 상태로 올리는 스탠딩 크로스가 많아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비수들이 걷어내기 쉬웠다. 차라리 후반초반부터 김신욱을 얻었다면, 추가 득점도 기대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스탠딩 크로스는 김신욱이 없다면, 지양해야하는 공격 방법이다. 쉽게 공격 기회를 날리게 된다. 차차리, 중거리 슛이나 숨을 한번 더 고르는게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성장해야 하는 중앙 미드필더

이날 경기가 어려워진 이유도 중앙 미드필더의 영향이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이아몬드 4-4-2, 4-1-4-1로 포메이션을 바꿨던 한국이었다. 그러나 어떤 포메이션도 중앙 공략을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의 성장이 필요하다.

이재성이나 황인범의 탈압박 능력이 좋지 않다. 볼을 전달해도 바로 백패스로 돌려버리니 전진성을 확보할 수 없었고, 두 선수의 피지컬이 좋은 것도 아니라 버티는 힘이 적어 미드필드 싸움에서 이점을 가져가기 힘들었다.

대표팀은 언제나 수준급의 중앙 미드필더를 확보하기 힘든 것 같다. 지금 중앙 미드필더로는 최종예선, 본선도 힘든게 사실이다. 측면 공격과 수비 뒤 공간 공략도 중앙 공략이 같이 되어야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의 성장이 필요하다.

이것은 다른 부분인데, 패스 미스를 줄여야 한다. 상대 지역에서 어이없는 패스 미스가 많다. 이후 상대 역습에 고전한 것처럼 패스 미스는 언제나 신경 써야할 부분이다.


지금까지 한국-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고 새롭게 발견한 부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공감할 수 있고 새로운 부분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대표팀의 다음 경기는 10월 10일(목)이며, 화성종합운동장에서 스리랑카와의 월드컵 2차예선을 치릅니다. 중계는 MBC에서.

이어 15일(화)는 북한과의 월드컵 2차 예선이 있으며 원정 경기입니다.